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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반대편, 남미 칠레에서 히치하이킹하는 방법! @Ruta 5, 칠레
    여행의 조각/남미 2018. 3. 8. 17:03

    @Chile


    1. 내 생의 첫 히치하이킹,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안토파가스타로 


    From San Pedro de Atacama to Antofagasta (313km)


    DAY_117  2015/07/01 




    - 드디어 오늘, 히치하이킹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몇 주동안 같이 다니던 주완오빠는 이제 아르헨티나 살타로 떠나기로 했고, 나의 캐리어는 히치하이킹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긴 설득 끝에 주완오빠의 배낭과 나의 캐리어를 잠시 바꾸기로 했다. 이제 진짜 배낭여행이 시작되는 건가? 4달만에 여행 2막에 시작되는 기분에 마음이 들떴다. 둥둥. 들뜬 마음도 잠시, 태양이 작열하는 아타까마 사막에서 13kg가 넘는 배낭을 매고 고속도로 입구까지 걷자니 시작부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래도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친구와 둘이 고속도로에 서서 소심하게 히치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ㅋㅋㅋ) 처음이라 어색하고 헛웃음도 나는데 그래도 지나가면서 웃어주거나 손을 흔들어 주며 화이팅을 외쳐주는 운전자들을 보면 힘이 났다! 칠레 사람들은 따뜻하구나! 하, 뜨겁다 뜨거워. 흐흐. 사실 첫 히치하이킹은 어렵지도 않았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지프차 한대가 섰다!!! 얼른 달려가 'Hola, Señor. A donde va?' (어디가세요?) 라고 물었다. 내가 먼저 목적지를 말하면 방향이 달라 못탈까봐 아저씨가 말하는 목적지 근처로 선회해볼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게 왠걸? 우리가 가고파했던 해안도시 '안토파가스타'로 가신다는거다! 우와!!! 신나서 그라시아스를 외치며 차에 탑승했다. 




    아저씨 성함은 후안Juan, 무려 아타까마 우체국 국장이셨다. 아타까마를 돌아다니며 우체국을 몇번이나 지나쳤는데 거기서 일하는 분이셨다니, 정말 세상은 다 연결되는구나 싶었다. 우체국에서 20년이나 근무하신 후안 아저씨는 아타까마가 유명 관광지인 만큼 영어와 독일어를 공부하신다고 했다. 내 얘기를 물으시길래, 3년 일하다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씀드렸다. 20년이나 쉼없이 일하신 아저씨 앞에서, 겨우 3년 일하고 힘들어 때려쳤다고 말씀드리기가 조금 부끄러웠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오늘은 안토파가스타에 계신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마침 그곳으로 향하던 중이라고 하셨다. 이런 행운이! 차를 타고 가다보니 또 다른 외국인 둘이 히치하이킹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루만에 이런 동질감이라니, 하하. 후안 아저씨께 여쭤보니 칠레에서는 히치하이킹을 많이 한다고 하셨다. 남미의 여타 국가들 보다 치안이 좋고, 사람들도 잘 태워주는 편이라고! "San Pedro" 라 적힌 박스 쪼가리를 보며 그녀들도 얼른 히치하이킹에 성공하길 빌었다! 






    2. 안토파가스타에서 코피아포로 


    From Antofagasta to Copiapo (539km)


    DAY_119  2015/07/03




    칠레는 약 4300km 가 넘는 긴 나라로 북쪽 끝에서 칠레의 중심인 산티아고까지는 하나의 고속도로, RUTA 5 (번역하자면 5번 길..)  로 이어진다. 이 하나의 도로가 약 3363km 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경부 고속도로쯤 된다. 엊그제 깔라마Calama에서 팻말을 들고 있던 외국인들이 떠올라 우리도 팻말을 만들기로 한다. 박스 쪼가리에 'RUTA 5' 라고 적었다. 어쨌거나 히치하이킹을 하려면 고속도로 입구로 가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 근처에서 내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처음이 너무 쉽게 풀려 오늘은 어렵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왠걸... 10분쯤 지났을까 우리의 목적지까지는 아니지만 RUTA 5 인터체인지쯤 되는 곳까지 간다며 우리를 태워준 알레한드로! 고마워!! 어딘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는 길의 중간이니까 조금이라도 가자 싶어 얼른 타버렸다. 그런데... 음.. 고속도로 중간쯤 시멘트 공장에 다다르자 알레한드로가 여기서 내리라고 했다. 으응...? 여기...? 자기는 여기에서 짐을 싣고 가야한다며 여기가 더 쉬울거라고 내리면 된다고 했다. 하... 그런거였구나.... 나의 허당 스페인어 덕분이었다 ㅋㅋㅋ 그래도 알레한드로 덕에 약... 20KM 쯤 온 것 같았다. 그래 고마워!!! 하고는 다시 또 팻말을 들고 히치를 시작했다. 안된다... 트럭아저씨들 모두가 시멘트 공장에 들어간다는 손짓을 하며 가버렸다. 




    아, 안되겠구나 싶어 고속도로를 걸었다. 시멘트 공장을 지나 다시 히치를 시도했다. 20분 쯤 지났을까 이번에도 지프가 섰다! 이번에 만난 아저씨도 우리의 목적지가 아닌 탈탈 이라는 동네까지 가신다고 했다. 그래, 목적지까지는 못가도 그 전 동네에 가서 하루 자고 내일 다시하면 되지 뭐! 라고 결론을 내리고 또 얼른 차에 타버렸다. 아저씨는 안토파가스타 근처의 광산에서 일하신다고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초코바까지 드리고 거듭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런데.. 왠걸 30분쯤 갔을까? 아저씨가 고속도로 중간에서 멈추신다. 여기서 내리란다. 네...? 이번에도 나의 스페인어 미쓰... 쓰ㅂ.. 아저씨는 탈탈 크루쎄 Cruce, 그러니까 그 동네 가는 길목에서 내려주신다고 말했던 거다. 하하하핳. 




    이번엔 진짜 고속도로 한복판에 섰다. 아깐 시멘트 공장이라도 있었지 여긴 아무것도 없었다. 허허벌판에 운전자들을 위한 간이 식당과 화장실 하나 뿐.. 정말 암담했다. 그때 시간 오후 4시였고, 날이 저물면 위험해져서 히치하이킹을 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RUTA 5 가 두개로 갈라진 이후의 도로라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었다. 친구는 고속도로에 서서 계속 히치를 하고, 나는 식당 앞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시는 운전 기사 아저씨들 모두에게 어디 가시냐고 한 분씩 붙잡고 물었다. 그러나 다들 우리가 지나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대답뿐 ㅜ.ㅜ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는 대답뿐.. 네... 아쟈씨.. 감사해욥... ㅜ.ㅜ 결국 식당 앞에서는 철수하고 히치에 몰입했다. 이번에도 10분쯤 지났을까 엄-청 큰 트럭이 섰다!!! 내 사랑 Ricardo 아저씨! 흐흐 칠레에서의 히치하이킹 중 가장 유쾌한 경험이었다. 아저씨는 화학약품을 싣고 산티아고로 향하고 계셨다. 코피아포까지 태워다 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더니 흔쾌히 OK!! 짐이 무거워 트럭은 좀 많이 느렸지만... 그래도 Ricardo 아저씨와 이야기하며 시간 가는줄 몰랐다. 나이는 지긋하셔도 궁금하신 것도 많고 호기심 넘치시던 Ricardo 아저씨,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것도 많고 칠레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하시는 것도 많았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우리가 태극기를 꺼내자, 아저씨도 칠레 국기가 있다며(!) 양국의 국기를 펼쳐들고 사진까지 찍었다! 하하. 저녁 시간이 되어 엘 살바도르라는 작은 마을의 식당에 들어가서 칠레 전통음식, 가수엘라도 함께 먹었다. 심지어 아저씨는 당신이 대접하고 싶다며 끝까지 우겨 우리 몫까지 계산하시고 말았다 ㅜ.ㅜ 젭알.. 너무 죄송스러웠다. 나중에 밥 값은 트럭 서랍에 넣어두고 내렸다. 헤헤. 밤 12시 반이 되어 겨우 목적지인 코피아포에 도착했다. 아저씨는 트럭에서 같이 자고 산티아고까지 같이 가자며.. (ㅋㅋㅋ)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하셨지만 카우치서핑에서 만나기로한 친구도 있었고, 나는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을 봐야했기에 ㅋㅋㅋㅋ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고속도로 출구에서 센트로까지 걷기 시작했다. 




    사막 지역이라 밤이 되면 춥다. 게다가 코피아포는 그다지 안전한 도시는 아니다. 히치를 시도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고, 밤이라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묵묵히 걸었다. 20분쯤 걸었을까? 도대체 센트로는 언제 나오나... ㅜ.ㅜ 절망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얀 승용차 하나가 저 앞에 서더니 후진으로 다가왔다. 덜덜덜. 갑자기 무서웠다. 그때 시각 새벽 1시. 후진으로 다가온 그 차는 보조석 창문을 열더니 지금 시각에 여기에서 걸어다니면 위험하다며 센트로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사실 젊은 남자 혼자, 음악도 빵빵 틀고 가길래 살짝 무서웠는데, 이 차를 타는거나 여기서 걷는거나 무섭기는 매한가지라며 그냥 타버렸다. 하하. TV에서 본 건 있어가지고, 그와 친밀감을 형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말을 걸었다. 이름은 안드레스, 정말로 이 시각에 인적 드문 도로에 대빵만한 배낭을 매고 걸어가는 우리가 걱정되어 먼저 다가와 준 것이었다. 그리곤 동네에서 젤 싼 허름한 여관 앞에 우릴 내려주었다. 푸하하. 고마워 안드레스! 의심해서 미안해! 이렇게 두 번째 히치는 4대의 트럭과 승용차를 타고 우여곡절 끝에 모두가 잠든 새벽, 우리를 칠레에 사뿐히 내려주었다. 






    3. 코피아포에서 라 세레나로 


    From Copiapo to La Serena (336km)


    DAY_122 2015/07/06




    코피아포에서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루이스네 가족과 즐겁게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을 보고, 같이 놀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칠레가 물가는 비싸도 버스비는 크게 비싸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 이런 사기 저하되는 정보 같으니라고. 13kg가 넘는 배낭을 매고 고속도로에서 종이 쪼가리 들고 그렇게 개고생해서 갈 것을 약 7000페소 (14000 원 정도) 면 갈 수 있다고 하니, 신나서 히치하이킹 하던 그 의욕이 푹 꺼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고속도로 입구로 나가기 위해서는 버스터미널을 지나야 했는데, 그때의 기분은 정말 참담했다. 아, 포기할까? 싶었지만 내 친구 기훈이는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ㅋㅋㅋ) "누나, 정신차려..." 라고 말했지. 고마운 것 같으니라고, 흥. 여튼 그래서 우린 고속도로로 나갔고 참담한 기분만큼 히치하이킹은 잘 되지 않았다. ㅜ.ㅜ 시내에 가까울 수록 히치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고속도로를 향해 걸었다. 더 이상 고속도로 외에 출구가 없는 곳까지 걸어가서야 히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 좋은 승용차!!! 29살의 청년 Rodrigo 는 남쪽의 아름다운 도시, 콘셉시온 출신으로 광산업에 종사한다고 했다. 회사 프로젝트 때문에 Vallena 라는 작은 도시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오랫만에 승차감 좋은 승용차를 타니 왜이리 기쁘던지... Rodrigo는 옆 사막에 핀 꽃을 보며 1년에 단 한번, 이렇게 풀과 꽃이 생겨난다고 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아름다운 사막과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 그리고 Rodrigo 는 우리를 고속도로 앞 주유소에 세워주고 그의 길을 갔다. 




    생각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것 같아 신이 난 우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며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하핳. 처음과 비교하면 정말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지나가는 트럭아저씨들과 인사할 정도로! 내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운전자와 아이컨택을 하면 히치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흐흐. 결국 또 10분만에 빨간 트럭에 탑승! 29살에 이미 세명의 아이의 아빠였던 그는 나로 하여금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비싼 칠레 물가에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잠도 얼마 못자고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다. 칠레 북쪽 끝에서 산티아고까지, 고속도로 중간에 트럭을 세워놓고 잠을 자고, 또 운전을 하고, 또 잠을 자고 운전을 하고.. 며칠을 그렇게 보낸다고 했다. 여행을 하면서 타인이 가지지 못한 것과 내가 가진 것을 비교해서 내 인생을 위안하지 말자고 다짐했거늘, 다시 한번 내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 자꾸만 변변치 못한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고맙게도 그는 우리를 목적지인 라 세레나 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다. 무챠스 그라시아스!! 






    4. 라 세레나에서 드디어, 산티아고로 


    From La Serena to Santiago (472km)


    DAY_126 2015/07/10




    라 세레나에 이렇게 오래 머물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카우치서핑 호스트 크리스 덕에 라 세레나라는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고 예정에 없이 5일이나 머무르고 말았다. 마지막 히치하이킹이라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 설레었다. 드디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간다닛! 그래도 코피아포에서 포기하지 않길 잘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콜렉티보를 타고 RUTA 5 로 향했다. 그러나 여기는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도시가 너무 많아서 쉽사리 히치하이킹이 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내려가 다시 히치를 시도했다. 2시간쯤 허비했을까?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다시 콜렉티보를 타고 마을의 끝, 고속도로 입구 바로 앞으로 이동했다. 차도 별로 없고 트럭이 다니는 길, 여기다 싶었다. 마지막이라 그랬던 걸까? 쉽지 않았다. 약 3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트럭 한대가 서더니, 잘생긴 미중년 아저씨가 내렸다! 흐흐. 내 사랑 후안Juan 아저씨. 다른 트럭 운전사 아저씨들과는 다르게 셔츠에 잘 다려진 면바지, 그리고 미소띤 얼굴, 꺄. 아저씨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얘기를 나눠보니 아저씨는 정말 젠틀맨에 로맨티스트였다. 트럭 앞에 놓여진 곰돌이 인형에 대해 물으니, 와이프가 사랑 고백할때 선물해준 곰돌이라며 항상 함께 다닌다고 하셨다. 어머낫.. 정말 내가 다 녹는다 녹아. 게다가 왠 핫도그가 있길래.. 저녁으로 남겨두셨나 했더니 중간지점의 해변에 차를 대시고는 떠돌이 개들을 불러 나눠주셨다. 두 마리가 오니 정확히 두 조각으로 나눠 주시는 그 모습은.. 정말 와이프 분이 먼저 고백하실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흐. 후안아저씨는 전에 독일 여자 여행객 둘을 태워준 적이 있는데, 그들과 새벽 3시쯤 목적지에 도착하여 트럭침대에서 재워주셨다며.. 나와 내 친구도 그냥 자고 내일 가라고 하셨지만 (ㅋㅋㅋ) 카우치 호스트가 기다리고 있기에 산티아고 근교에서 아저씨와 작별 후, 드디어 밤 10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이렇게 열흘 간의 히치하이킹은 별거 없던 칠레를 나의 사랑 칠레!!! 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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