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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의계곡과 키토르 자전거 도전! @산 페드로데 아타카마, 칠레
    여행의 조각/남미 2018. 3. 8. 17:00

    @San pedro de Atacama, Chile


    1. 남미 최대의 선진국, 칠레. 


    -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이다. 적어도 내가 여행한 나라 중에서는 그랬다.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칠레 깔라마(Calama)로 야간 버스를 타고 국경에 멈췄을 때, 여느 국경과 달리 배낭의 모든 짐을 풀어 보여줘야했다. 다행히 나는 배낭을 열자마자 쿠바의 친구가 선물해줬던 체 게바라 그림이 있었다. 체의 얼굴을 본 검사관 아저씨가 베시시 웃더니 자기도 체를 좋아한다며 목도리에 있는 체 그림을 보여주고는 능구렁이 담넘듯 5초 만에 모든 검사가 끝나버렸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배낭 전체를 다 꺼내 혹시 농수산물이 있는지 모두 체크했다. 다시 짐을 싸야하는 사람들은 울상이 되었다. 삼엄한 국경 검사를 끝내고 도착한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San Pedro de Atacama)는 내가 여태껏 경험했던 남미와 다른 세상이었다. 음식점 테이블에 휴지가 있다니. 화장실이 이렇게 깨끗한데다 휴지에 핸드 드라이어까지 있다니.. 호스텔에 뜨거운 물이 24시간 나온다니!!! 놀랠 노자의 연속이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칠레 물가였다. 볼리비아에서 기껏해야 호스텔 5불, 비싼 식사래봐야 5불 이었는데.. 칠레에 도착하니 모든 것이 비싸졌다. 오랜 버스 탑승으로 힘들어진 우리는 익숙한 음식을 먹자며 간판에 있는 짬뽕 비슷한 사진에 홀려 중국음식점(Chifa) 로 향했다. 배가 고파 이것저것 시켜먹고 보니 3명이서 거의 4만원 정도 식사 요금이 나왔다. 페루, 볼리비아라면 절대 불가능할 식사 금액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고는 앞으로 칠레에서는 돈을 아낄 방법을 모색해야겠다며 그 동안 말로만 나불거렸던 히치하이킹을 드디어 시작하기로 한다. 



    2. 나는야 유리멘탈 


    - 여행을 하다보면, 나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가 많아진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의는 언제나 내리기 힘들지만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에서 벗어나 한발짝 물러서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조망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여행에서 자신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아닐까. 어쨌거나 어이없게도 나에 대해 돌아보게 된 사건은 자전거였다.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달의 계곡(Valle de Luna) 이다. 투어를 이용하면 약 7-8000 페소에 다녀올 수 있지만 자전거를 대여하면 더 싸게 다녀올 수 있다. 6시간 (혹은 하루종일) 대여비가 약 3500 페소이므로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라면 센트로에서 약 16km 떨어진 달의 계곡 까지는 반나절이면 거뜬히 다녀올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자전거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구남친과 몇번 시도해 본 적 없는 운동이었다. 그렇지만 도전을 사랑하는 나의 일행, 한국 남자 둘은 나에게 자신의 한계를 깨보라며 자전거를 타보자고 권유했다. 정말 자신이 없어하는 나를 위해 그렇다면 오늘 자전거를 타고 3km 거리에 있는 키토르에 가보자고 함께 있던 오빠가 나에게 제의했다. 3km 라면 시도해볼만하다! 라는 생각에 불볕더위 사막에서 레깅스에 겨울 청바지, 그리고 긴팔에 헬멧까지 풀 착장한 후 키토르로 향했다. 






    비틀비틀 거리며 자전거를 타는 나를 보며 Good Luck! 이라 외쳐주던 외국인들까지..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타다보니 어째저째 키토르까지 무사도착했다. 도착해서는 생각보다 비싼 입장료에 우린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속력도 내서 쌩쌩달렸다. 사막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타는 자전거라, 기분이 좋았다. 그리곤 센트로에 다다러 차도로 자전거를 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멀쩡하게 가던 나는 멀리서 다가오는 자동차를 보고 혼자 비틀거리다 그만 벽에 자전거를 박아버리고 말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동생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차와 나의 거리가 2m 이상이었는데 도대체 왜 넘어진거냐며 나를 비웃었다. ㅜ.ㅜ 나는 그냥 멀리서 다가오는 자동차가 무서웠다. 그게 전부다. 분명 그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쌩쌩 잘 타던 자전거를, 멀리서 다가오는 그 두려움 하나로 그렇게 중심을 잃어버리다니, 이건 정말 멘탈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오빠의 충고로 겨울청바지를 입었던 덕분에 큰 부상은 없이 발목 조금, 그리고 손바닥 가득 피를 흘리며 사고장소 옆 호스텔에 들어가 손을 씻었다. 아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눈물이 송글송글 맺히는 것 같았지만.. 아직 숙소까지는 10분 정도 더 가야하기 때문에 꾸욱 참고 다시 자전거를 탔다. 돌아와서도 끝없는 놀림을 받아야했지만, 다쳤다는 이유로 요리와 설거지를 면제받고 호스텔의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 넘어졌다고 아프다고 징징거리며 그나마 위안받을 수 있었다. 그리곤 결국 투어는 자전거가 아닌, 단체 버스 관광으로 결론이 났다. 




    나는 뭐가 그리 무서웠을까? 자동차는 저 멀리에서 다가오다 이미 내 옆을 지나가버렸지만, 나는 내 중심을 잃고 그렇게 아무 장애물 없이 혼자 벽에 부딪혀버렸다. 바보. 내 인생이 떠올랐다. 도대체 나는 뭐가 무서워서 그렇게 피했을까. 그 실체가 있기는 했을까? 내안의 두려움이 나를 잡아 먹어버릴때까지 나는 진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했다. 그렇다. 나는 유리멘탈이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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