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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우치서핑으로 남미를 여행하는 방법! @칠레
    여행의 조각/남미 2018. 3. 8. 17:07

    1. 4박 5일이나 함께한 크리스, 그리고 그의 애마와 개님들! (#122~#126)




    레퍼런스가 하나 밖에 없는데도, 별 질문없이 그냥 자기네 집 주소를 적어보낸 크리스. 첨엔 이상한 사람인줄 알았다. 그래도 칠레의 비싼 물가를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 그냥 카우치에 가보기로 했다.(ㅋㅋㅋ) 집 주소를 알려주면서 집에 말 한마리와 개 세마리를 키운다길래, 응? 얘 영어 잘 못하나? 집에 horse 라구? 잘못썼겠지.. 했다. 근데, 히치하이킹으로 늦게 라 세레나에 도착한 후, 크리스가 말해준 주소로 갔는데 진짜... 대문 앞에 말이 있었다. 헐... ㅋㅋㅋ 10살짜리 덩치보다 커 보이는 강아지 한마리와 나머지. 대문에서 집까지 너무 멀어 우리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한참 후에야 크리스가 밖으로 나왔다. 




    시원시원 서글한 느낌의 칠레 아저씨. 크크. 서른 아홉인데 철없이 구는걸 보면 역시 나이는 크게 상관이 없는 듯 하다. 아리조나에서 대학을 나오고 10년을 살아 영어를 매우 잘하고, 가끔(?) 영어를 가르친 다는 크리스. 자유로운 영혼 같아 보였다. 거실에는 망가진 폭스바겐 문짝이 하나의 오브제인양 기대어 있었고, 소파에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는 기타들, 그리고 한 메히까나 카우치서퍼가 남기고간 기괴한 그림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레퍼런스에서 본대로 크리스는 SUPER Chillex Guy 가 맞았다. 그는 우리에게 남는 방 하나를 주었고, 무려 싱글침대가 두개나 있었다. 흐흐 이불이 없어서 침낭 열고 자기야 했지만 ㅋㅋ 첫날은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들었고, 둘째날은 우리의 한국식 카레를 시전했다!! 당근이 없어 토마토로 대신하고, 고기도 들어가지 않은 카레였지만 크리스와 그의 친구들은 매우 맛있게 먹어주었다! 밥 다 먹고 빵까지 찍어먹는 센쓰. 그리고는 답례로 칠레와인 스타뜨! 흐흐. 요새 크리스는 누나가 하는 바(Bar) 에서 피자를 만드는데, 미국에 있을때 배워온 솜씨인지 꽤나 맛있었다. 나중에 카레피자를 꼭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길래, 구글에서 김치 피자를 검색해 알려주기도. (ㅋㅋㅋ) 아, 또 그의 기타 연주의 화답으로 나의 단소 연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칠레에도 비슷한 악기가 있기는 하나 단소가 훨씬 어렵고 그 소리가 아름답다. 다들 단소를 한번씩 시도해봤지만, 소리 내는 것 조차 힘들어했다능.




    본디 계획은 2일만 머무르는 것이었으나 더 머물라는 크리스의 성화에 더불어 함께하면 재밌고, 즐거웠기에 결과적으로 4박 5일이나 머물게 되었다. 우리가 머물던 마지막날 크리스는 미국에서 온 여자 카우치서퍼 둘을 더 받았고 우리는 함께 크리스네 누나 바에 가서 크리스가 만든 피자를 공짜로 얻어먹고 +_+ 히히 집에 돌아와 벽난로에 감자구워먹고... 마지막 날이라며 또 1시까지 와인마시고 수다떨다 늦게 잠들고 말았다. 마지막날 아침, 분명히 우리가 며칠 얹혀 지내는 건데 크리스는 우리가 룸메이트인양 아침 준비했다며 같이 먹자고 성화다. 커피랑 빵이랑 아보카도로 건강한 아침을 먹고 배낭 다 챙기고 나가 에스테야(말) 그리고 실라(개1), 봉(개2), 개3 과 작별인사를 하고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ㅜㅜ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많이 힘들어했다는 얘기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항상 쿨한척 하지만 실상은 너무나 외로워 보였던 크리스, 남들에게 나눠준 만큼만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2. 심지어 집 열쇠도 주는 카우치 호스트, 로도와의 5박 6일  (#126~#131)




    로도와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운명적이었다. 코킴보에서의 히치하이킹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아 결국 아저씨는 우리를 산티아고 근처에 내려주신다고 했고, 너무 늦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던 나는 일면식도 없는 로도에게 염치없이 전화를 걸었다.그것도 히치하이킹 트럭 아저씨 핸드폰으로 말이다. 여행하면서 얼굴만 두꺼워지는거 아닌가 싶다. 심지어 그날은 금요일 밤이었고고 로도는 함께 지내고 있는 다른 대만 카우치서퍼 메이와 파티에 간다고했다. 11시까지는 기다릴 수 있지만, 너무 늦으면 파티에 가야한다고 하기에 너무 늦으면 오늘은 호스텔을 찾고 내일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트럭아저씨가 잽싸게 버스 앞에 내려주신 덕분에 산티아고 터미널에 10시 반쯤 도착했고, 다시 한번 염치불구하고 버스 옆자리에 앉아있던 커플에게 전화를 빌렸다. 로도에게 다시 전화하니 그렇다면 지하철을 타고 자기네 집쪽으로 오라고 했다. 지하철 끊길 시간이 간당간당 하지만 할 수 있을거라며! 타고 다시 핸드폰 빌려서 또 전화하라며... ㅋㅋ 잽싸게 전화를 빌린 커플과 지하철을 타러 갔으나, 이미 지하철은 끊겼고 택시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택시를 타고 또 택시 기사 아저씨의 전화를 빌려 로도에게 전화했다. 집까지는 택시비가 너무 많이 나오니 중간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러다 문득 기사아저씨가 나에게 어떻게 만난 친구냐고 물었다. 안되는 스페인어로 카우치서핑을 대강 설명하고 나니, 아저씨가 이해한 바는 "그래서 결론적으로 모르는 사람, 인터넷으로 만난 처음 보는 사람 집에 가서 잔다는거요?" 가 된 것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닌데 부족한 나의 실력으로 레퍼런스 따위를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자기 전화번호를 주면서 혹시라도 무슨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하셨다. 무슨일이라도..! 어떻게 처음보는 사람을 믿고 따라가냐며.. (그러는 아저씨도 처음 봄) 어쩄거나, 너무나 다정다감하고 언제나 도와주려는 칠레노들 때문에 칠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택시아저씨와의 몇번의 통화 끝에 로도를 만날 수 있었고 우리는 배낭을 맨 채로 바로... 파티 장소로 이동하였다. 




    그의 칠레인 친구와 폴란드 여자친구의 동거를 축하하는 파티였다. 오스트리아, 폴란드, 칠레, 대만, 한국, 브라질 등 온갖 다양한 나라 출신의 친구들이 칠레에서 모여 피스콜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그러나 하루종일 히치하이킹 하느라 진이 다 빠진 우리는 1시쯤 백기를 들고 올라가 먼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로도의 집에 도착했고 여기는 5일간 우리의 홈, 스윗 홈이 된다!




    심지어 로도는 집 열쇠를 주었다. 보통 다른 호스트들은 자신이 집에 있을때만 서퍼들이 집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데.. 로도는 정말 대단했다. 세상은 아직 괜찮다는 걸 믿는걸까? 아, 카우치 서핑을 세번이나 했지만, 그래도 레퍼런스는 하나 밖에 없던 나. 로도는 레퍼런스가 없는 카우치서퍼는 수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수락했냐, 라고 물으니 "너흰 아시안이잖아." 라고 대답했다. 듣자하니 전에 프랑스 커플을 한번 받았는데 너무나 무례하게 굴어 그 다음부터는 레퍼런스 없는 이들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시안은 예외로 두는 이유인 즉슨, 아시안 특유의 예의바름과 그들은 절대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카우치서핑을 하려면 남의 공간을 빌려쓰는 만큼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금,토,일 주말 내내 세계각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하우스 파티를 했고, 평일이면 각자 도시를 떠돌다 저녁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와인 한 잔 하며 오손도손 수다를 떨었다. 분명 만난지 하루이틀 밖에 되지 않은 사람들인데, 매일 저녁 얘기할때 마다 오래된 친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우치서핑을 하면서 공짜로 머문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만큼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는 거다. 벌써 보고 싶다 우리 로도, 그리고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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